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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생활한문반의 야외수업
등록일
2019-12-20
작성자
묵호노인종합복지관
조회수
222

생활한문반의 야외수업

 강사 박종익


오늘은 묵호노인종합복지관의 생활 한문반의 야외 수업 가는 날이다.

밤새 줄기차게 쏟아지던 빗줄기가 거짓말처럼 말끔히 개이었다. 복지관에서 준비해 준 떡과 과일까지

선물 받고 담당 직원과 관장님의 무사히 잘 다녀오라는 환송까지 받자 다들 들뜬 기분으로 약간 흥분되기까지 하였다.

소풍가는 마음은 나이를 얼마나 먹든 다들 즐거운 모양이다.

승용차를 나누어 타고 목적지인 무릉 계곡의 금란정으로 향하였다.


금란정에 둘러앉자 흐르는 냇물을 바라보며 이런저런 이야기꽃을 피웠다.

사실 우리 반은 오늘의 수업을 위해 무릉(武陵)과 금란(金蘭)이라는 어원의 출처인 도연명의 도화원기(桃花源記)와

주역의 동인괘(同人卦)를 미리 공부를 하고 왔었다.

알고 보는 것과 모르고 보는 것은 천지 차이일 것이다.

알고 보면 재미도 더하고 야외 수업 나온 의미도 더할 것이다.

회원들은 그 동안 배운 글자가 나오면 좋아라 하였다.

아마도 어려운 한자를 읽을 수 있다는 것에 가슴 뿌듯했을 것이다.


반석 위에 새겨진 수 많은 인간 군상들을 생각해 보면 흥미를 자아냈다.

어디서 어떻게 살던 사람들이 어떤 마음으로 반석 위에 이름을 남겼을까.

동해시 문화원에서는 700~800명의 이름 중에 한 반수는 실재를 파악하였다고 하였다.

부자, 형제, 친목계원, 직장 동료, 그 중에는 꽤나 유명한 탐관오리도 있어 재미를 더하였다.

특히나 그 분은 주위의 이름자보다 몇십배 크게 깊이 파놓고 내 이름자는 천년도 더 갈 것이라고 통쾌해 하였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그 이름자에 속된 마음이 들어 있어 더러운 오명이 천년도 더 갈 것이란 생각이다.

또 토포사(討捕使)들이 단체로 이름 올린 것이 여러 개 있어 우리가 요즘 단체 관광을 가서 인증 사진을 찍 듯

그 시대에도 그것이 유행이 아니었을까?

특히나 많은 이름자 중에 유독 토포사가 많은 것은 울릉도를 관할하는 삼척부에서는 많은 토포사가 필요했을 것이다.

공도정책에 의하여 울릉도로 살러간 백성들을 붙잡아 오자면 힘도 세어야 하고 걸음도 빨라야 하지 않았을까?

영조 때 울릉도 갔다 오사 풍랑을 만나 어달리 까막바위 부근에서 수십 명이 떼죽음을 당한 적도 있다는 이야기도 전해 온다.


(무릉선원 중대천석 두타동천武陵仙源 中臺泉石 頭陀洞天) 이라는 마치 용이 날아갈 듯 휘갈겨 쓴 글씨는 조선시대

3대 명필가인 강릉 부사를 지낸 양사언이 썼다고 알고 있었으나 최근 들어 연일 정씨 후손들이 삼척 부사를 지낸

정하언이 썼다고 주장을 하여 이론이 분분하다.


동해 관광객의 입장에선 그것도 관광의 흥미를 더하여 나쁘지만 않을 것이란 생각이다.

삼화사 올라가는 다리에서 용이 올라갔다는 용오름 길을 보며 정말로 용이 올라가는 듯 한 상상을 하게 되어

신비스럽기까지 하였다.


복지관에서 마련해 준 간식으로 잠시 허기를 달래고 점심은 산채비빔밥에 막걸리로 축배를 들었다.

늘 먹는 막걸리지만 그 날의 막걸리는 한결 맛이 좋았다. 화기애애한 이야기를 나누며 야외 수업이 이렇게 즐겁고

유익한지 몰랐다며 돌아오는 야외 수업은 추암 해운정으로 가자고 입을 모았다.


행여나 사고 날까 걱정한 복지관의 우려를 말끔히 지우고 헤어지기 아쉬운 마음을 달래려 커피집에 들려

부족한 2%를 채우고 헤어졌다.